
에쿠니 가오리의 문장은 늘 투명하다. 마치 맑은 물에 손을 담갔을 때, 그 물이 손가락 사이를 흘러가면서도 무게와 온도를 남기는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는』은 바로 그런 소설이다. 화려하거나 격정적인 사랑이 아니라, 조용하고 기묘하며,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사랑을 그린다.
이 작품의 중심에는 ‘쇼코’와 ‘마사히코’라는 부부가 있다. 둘은 서로를 좋아한다. 그러나 이 부부의 결혼 생활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결혼과는 다르다. 마사히코는 동성애자이고, 쇼코는 알코올 중독이다.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부부의 의무’나 ‘사회적 정상성’과는 거리가 먼 관계. 그럼에도 그들은 함께 살고,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누며, ‘함께 있음’을 선택한다.
『반짝반짝 빛나는』을 읽다 보면, ‘정상’이라는 말이 얼마나 상대적인지를 깨닫게 된다. 사회가 규정한 정상성의 기준에서 벗어난 이들의 결혼 생활은, 겉으로 보기엔 결핍과 타협의 결과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그 안에 있는 쇼코와 마사히코에게는, 이것이야말로 서로를 지키는 방식이다.
쇼코는 술에 의존하면서도 마사히코의 존재에서 위안을 얻는다. 마사히코는 쇼코를 통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강요받지 않는 평온한 일상을 유지한다. 그들의 관계는 완벽하지 않지만, 완벽하지 않기에 서로의 결핍을 껴안을 수 있다. 마치 서로 다른 모양의 파편이지만, 맞물렸을 때 비로소 한 조각의 빛을 내는 유리처럼.
이 소설의 제목 ‘반짝반짝 빛나는’은 아이러니하다. 쇼코의 알코올 중독, 마사히코의 동성애, 주변의 시선과 불완전한 일상 속에서 그들의 삶은 결코 환하게 빛나지 않는다. 그러나 작가는 그 어두움 속에서도 분명히 존재하는 미세한 반짝임을 보여준다.
그 반짝임은 아주 사소한 순간에서 나타난다. 함께 요리를 할 때, 쇼코가 술잔을 내려놓고 잠시 웃을 때, 마사히코가 쇼코의 머리칼을 만져줄 때. 그것은 불행을 완전히 지우지 않으면서도, 그 위에 잠깐 스치는 빛처럼 존재한다. 어쩌면 사랑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모든 결핍과 상처를 없애주지는 못하지만, 그것을 조금 덜 아프게 만드는 빛.
에쿠니 가오리는 이 소설에서도 특유의 ‘여백의 미’를 발휘한다. 감정을 과하게 설명하지 않는다. 쇼코가 왜 그렇게 술에 의존하게 되었는지, 마사히코가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게 되었는지, 세세한 배경을 길게 풀지 않는다. 대신 짧고 단순한 문장 속에서, 독자가 스스로 인물의 마음에 스며들게 한다. 그 여백 속에서, 독자는 자신이 경험한 결핍과 위로를 떠올리게 된다.
그의 문장은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다. 대신 부드러운 온도를 유지하며, 마치 손바닥 위의 햇빛처럼 독자의 마음에 내려앉는다. 그래서인지 『반짝반짝 빛나는』을 읽는 동안, 우리는 인물들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상처를 그대로 바라볼 용기를 얻게 된다.
많은 소설에서 사랑은 소유나 열정으로 묘사된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사랑은 ‘허락’과 ‘존중’에 가깝다. 마사히코는 쇼코가 술을 끊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를 떠밀지 않는다. 쇼코 역시 마사히코의 성 정체성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들은 서로를 바꾸는 대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인다.
물론 그것이 이상적인 사랑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때로는 변화가 필요하고, 서로의 성장과 치유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관계도 있다. 그러나 쇼코와 마사히코에게는, 변화보다 ‘그저 곁에 있는 것’이 더 큰 의미를 가진다. 그들의 결혼 생활은 결코 완전하지 않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빛난다.
읽다 보면, 이 관계가 얼마나 섬세한 균형 위에 놓여 있는지 느껴진다. 마치 얇은 유리잔 위에 한 방울의 물이 매달려 있는 것처럼. 작은 충격에도 깨질 수 있지만, 깨지지 않고 존재하는 동안에는 누구보다 투명하게 빛난다. 에쿠니 가오리는 그 위태로움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 불안정함이 관계의 소중함을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이 소설을 읽고 나면, 사랑의 모양이 하나가 아님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어떤 사랑은 뜨겁게 불타오르다가 재가 되고, 어떤 사랑은 차갑게 굳어버리기도 한다. 그리고 또 어떤 사랑은, 이 작품처럼 불완전한 두 사람이 만들어내는 조용한 반짝임으로 존재한다.
『반짝반짝 빛나는』을 덮은 뒤, 나는 나 자신의 ‘반짝임’을 떠올렸다. 그것은 거창하거나 완벽하지 않았다. 피곤한 하루 끝에 친구와 나눈 짧은 메시지, 엄마가 끓여준 국물의 온도, 창문 너머로 스며든 오후 햇살. 그 순간들은 불완전한 일상 속에서도 반짝였다.
쇼코와 마사히코의 삶처럼.
에쿠니 가오리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삶 속에서, 무엇이 반짝이고 있나요?”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지켜가고 싶은 사람과 순간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깨닫는다. 사랑은 모양보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를 조금이라도 더 숨 쉬게 하고, 살아가게 만드는 쪽으로 향하는 관계라면, 그것이 어떤 형태든 반짝반짝 빛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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